시흥시 정왕동 끝자락에는 1993년 이후 맑은물관리센터라는 하수처리장이 도시 오물을 걸러내는 듯 우뚝 자리 잡고 있다. 주민기피시설이 이제 주민친화문화공간으로 탈바꿈 되고 있다. 시화공단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이끌던 과거의 영광도 있었지만, 점차 환경오염과 악취의 대표 공단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낙인 찍혀 버렸다.
산업단지나 하수처리장이 냄새 나고 환경 나쁜 곳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우리의 기억 속에 바다를 매립해 삶의 터전을 만들고 공단으로 산업을 성장시켰던 모습도, 그로 인한 악취도 모두 우리의 모습.
악취를 개선하고 현재의 환경을 교육하고 창의적인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우리의 모습이다. 악취를 개선하고 노후시설들을 개량하면서 쓰지 않게 된 유휴시설들을 활용하여 이 땅에 30여 년 존재했던 시설물이 가진 독특한 조형성과 장소의 기억을 바탕으로 교육적 가치를 더욱 확장하고 시민의 문화적 활동을 통해 산업단지의 창의문화적 숨을 쉴 수 있는 허파로서 재생한 여가의 공간이 ‘맑은물상상누리’.
▲맑은물상상누리 조감도
최근 도시가 겪는 다양한 문제들 중 쓸모를 잃어버린 근대 산업시설의 처리문제는 어느 지방정부에서도 일어날 수 있고 반드시 준비해야 할 공공의 문제이다. 이미 해외의 많은 도시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다양한 사례들이 있었고, 시흥시에도 기능이 정지되는 하수처리장의 유휴 시설을 재생하여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바로 2013년 국토부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프로젝트명:아트앤에코큐브(Art & Eco Cube) 프로젝트>으로 선정되어 조성한 [맑은물상상누리]가 8월 30일 준공식을 진행했다.
[맑은물상상누리]는 시흥 맑은물관리센터(시화하수종말처리장)의 1/4에 해당하는 7만7000㎡ 부지에 하수처리시설의 기능정지 시기에 맞춰 3개의 Section으로 된 전체 Master Plan을 준비하여 Section 및 세부단계별로 추진되고 있으며 2019년 상반기 현재 Section 1에 해당하는 3개 단계의 조성을 완료하고 견학프로그램과 팸투어를 추진하는 등 방문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 비전타워 외부 (크리스마스 미디어)
2016년 준공된 주제관인 ‘비전타워’는 기존의 보일러실, 직원관리용 지하피트, 20여 년간 사용하지 않은 소화조시설 등을 로비까페, 시화지구역사관, 기계설비전시관, 교육실, 미디어홀 등으로 리모델링하여 도시 삶의 일부분인 하수처리 기능시설이 갖고 있는 어둡고 침침하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여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 줬다는 외부 전문가들의 평이 있었다. 이와 더불어 2015년부터 재생과정을 지속적으로 함께해 온 주민추진체 ‘맑은물 친구들’활동의 거점 공간으로 제공하여 활발한 주민참여 및 거버넌스를 이끌어 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 받아 ‘국토경관대전’에서 국토연구원장상을 수상(2017년 7월)했다.
또한 시흥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간 협약을 통해 가스저장조(지름 15.5m, 높이 16.5m / 원형철골조 구조물)를 재활용하여 작가 방현우의 대형 작품
2017년에는 (사)창의적체험활동 교사연구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비전타워’를 활용한 교육콘텐츠와 교재를 개발하고 ‘시흥아이 성장팩토리-주니어기자단’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1,000여명의 초등학생 주니어 기자단이 ‘비전타워’를 견학하였으며, 이들이 생산한 기사들로 SNS를 통해 비전타워의 홍보를 진행했다.
▲ 롤링볼 체험전시 공간 '놀이통'
2018년부터 2019년까지는 ‘아트앤에코큐브(Art & Eco Cube) 프로젝트’의 마무리 단계로 체험전시관 ‘한 방울의 상상’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튜디오가 있는 「맑은물창의센터(본관)」, 가스저장조 내부를 그대로 살린 롤링볼 체험전시 공간인 「놀이통」, 작가 현박의
지난 2019년 3월에는 지난 6년간의 프로젝트 명이었던 ‘Art & Eco Cube’를 대신할 새 이름을 짓기 위하여, 전국적인 공모 과정을 거쳤다. 접수된 250여 개의 명칭들 중 가장 적합한 명칭을 결정하기 위하여 실무자와 전문가 심사 등 3차례의 심사과정을 거쳤다. 그간 프로젝트 명칭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던 만큼 신중히 고민하여, 공간의 성격과 미래상에 가장 잘 부합하는 명칭으로 [맑은물상상누리]를 최종 결정하였으며 현재 상표출원중이다.
▲ 연못광장 | ||
[맑은물상상누리]가 여타의 재생사업들과 차별화 되는 점은, 첫 번째로 대상지가 완전히 폐쇄된 산업시설이 아니라, 현재 운영되는 하수처리장의 시설개량이나 악취개선과 함께 추진하고 있어 공간의 기억이 중첩된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환경기초시설을 재활용하면서 환경견학의 장소로만 일차원적으로 접근되지 않고 2차 산업기반의 시화산업단지가 국가적 고도화사업을 통해 미래를 창조하는 4차 산업을 견인하려는 시점에 있어 장소적으로 좀 더 창의적이고 상상력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에 있다.
현재 [맑은물상상누리]는 연관부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존 시민 거버넌스 조직 ‘맑은물친구들’을 분야별로 보다 심화하여 거버넌스 조직을 구축할 계획을 하고 있다. 더불어 순차적인 기능정지시설의 이용가능 시기와 맞추어 장기적인 Section 2,3 사업의 완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사업 등 추가 국비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 창의센터 체험프로그램을 진행중인 모습
홍성용은 저서 「하트마크」에서 ‘완벽하고 철저한 계획 하에 만들어진 공간’ 보다는 ‘낡고 오래된 인간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주목 받는 이유를 인간이 공간과 교감하는 데에 더 부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처럼 낡고 오래되고, 악취와 부정적 이미지의 유휴산업시설이 시흥시의 하트마크(Heartmark)1) 로서 ‘인간이 사랑하는 공간’으로 변화되는 것이 [맑은물상상누리]가 지향하는 비전이다.
그렇게 만들어갈 수 있는 동력의 출발점이 공간디자인을 바탕으로 장소의 기억을 중시한 기획과 연출력이며, 거버넌스로 참여하는 시민의 힘이 더해진다면 그 가치는 놀랄 만큼 증폭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