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솟대의 안쪽 / 최분임
  • 2018년 축시
  • 솟대의 안쪽
                                             
                                                           최분임




    새벽 갯골 전망대에 올라

    솟대로 도망친 당신

    오래 떠돈 날개를 묻는다

    뿌리내리지 못한 날갯짓이

    뿌리내린 가족을 다시 고르는 순간

    집은 살얼음 낀 벌판, 바람만 살아 있었다


    자주 뒤집어지는 양은 두레반상 앞에서

    울음으로 가는 어린 새들

    안 보이는 꿈 안 들리는 희망을 퍼덕일 때

    하현을 건너는 솟대 웅크린 그림자를 늘이던 어머니

    잠긴 빗장이 삐거덕 소리를 냈다


    시간 추억 같은 지나면 가족이 되는

    둥지를 더듬거리다 보면 바람을 걸러낸 성긴 깃털이

    모르는 허공을 몰래 내다버리는 게 보였다

    한 그루 나무를 향해 걷는 솟대

    고요로 잦아들고 있었다


    지평선 소실점으로 멀어진

    기억을 마중하기 위해 솟대를 찾아간다

    흥정처럼 계속 따라붙는 솟대의 그늘이

    내 갈비뼈로 만져진다

    갈비뼈에서 꺼낸 태양

    얼굴 붉힌 길 수천 개를 펼쳐 보이는

    또다시, 아침


    최분임
    경북 경주 출생
    제23회 마로니에전국여성백일장 산문 부문 장원
    제12회 동서문학상 대상 수상
    제8회 천강문학상 대상 수상
    소래문학회, 동서문학회, 시흥문인협회 회원

  • 글쓴날 : [18-01-01 12:26]
    • admin 기자[ssnews11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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